조선일보
한국 군대에서는 ‘짬밥 수’를 따지지만 주한 미군에서 복무하는 ‘카투사(KATUSA)’는 ‘계란 수’를 얘기한다. “내가 먹은 계란이 몇 개인데…”라고 하는 식이다. 미군 아침 식사에는 스크램블·프라이 등 계란 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매일 아침 보통 계란을 두 개씩 먹으니까 계란을 몇 개 먹었느냐를 따지면 복무 일수를 짐작할 수 있다.

▶2022년 5월 미 수송 상륙함 알링턴호가 그리스 북동부 알렉산드로폴리에 입항하자 사흘 만에 이 도시 계란이 동이 났다. 사흘간 체류한 장병 1500명이 하루 6000~7000개의 계란을 소비했기 때문이다. 함정 내 뻔한 식사가 지겨워진 장병들이 신선한 계란을 하루 4개 이상씩 먹어 치운 셈이다. 미국은 멕시코, 일본, 아르헨티나 등에 이어 세계 최대 계란 소비국 중 하나다. 국제 계란 위원회 자료를 보면 1인당 연간 287개(2020년 기준)를 소비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연간 계란 소비량은 270개다.
▶그런 미국에서 계란 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 2022년 조류 인플루엔자 발생 이후 1억6000만 마리 이상의 산란 닭을 살처분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그래서 생기는 진풍경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일부 지역에선 계란 12개들이가 10달러(약 1만4500원)를 넘어섰다. 에그플레이션(계란+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다. 그나마 공급이 부족해 영하 날씨에 아침 일찍 계란을 사기 위해 ‘오픈 런’을 해야 할 정도다. 지인이 미국에 사는 교포 친구와 전화에서 “뭐 필요한 것 없느냐”고 묻자 농담조로 “계란 한판 보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와중에 미 농림부 장관은 계란 값 대책으로 “뒷마당에서 닭을 키우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가 언론 기고문에 “계란 값을 낮추기 위해 일반 가정에서 닭을 기를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쓴 것을 보면 실언도 아니다. 모든 것을 바이든 탓이라고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의회 연설에서 “바이든이 계란 값을 통제 불능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당장 계란을 수입하는 것도 미국의 엄격한 안전기준과 미국 농가의 반발, 트럼프 자신이 부추긴 관세전쟁 등으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계란 가격과 공급이 정상으로 돌아오려면 최소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국내 계란 시장은 수급과 가격 모두 안정적이다. 대형 마트에 가면 언제라도 30개들이 계란 한 판을 7500원 안팎에 살 수 있다. 세계를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트럼프가 계란 앞에서 쩔쩔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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